호스트 하이라이트:두 번째 직업이 가져다 준 건강과 행복

자유롭게 나다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 50+. 에어비앤비 시니어 호스트가 되어 전 세계 여행자들이 집으로  찾아와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경험을 나누는 하루하루가 기쁘고 보람 있고 활기가 넘친다. 서울 호스트 최형식님의 스토리는 [에어비앤비 액티브 시니어 인생 호스팅]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발췌했다.  

재능이 많아 친구도 많고 잘 나가던 나의 첫 번째 직업은 해외 건설 전문가였다. 20년 가까이 동남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이집트 등 전 세계를 돌며 댐과 발전소를 지었다. 당시 KBS 교양프로그램에 보도되기도 했다. 해외를 옮겨 다니는 내 직업 덕분에 아내와 두 아들도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했다.

시련은 갑자기 찾아왔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모든 일을 접고 가족들과 함께 귀국했다. 다행히 아내의 도움과 나의 의지로 건강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위축되어 있었다.

사회적인 활동을 끊고 집에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하는 횟수가 줄었다. 병으로 생긴 절망감, 그로 인해 오는 우울증 등 육체의 건강보다 심리적인 건강 문제가 더 심각했다. 그때 선택한 두 번째 직업이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다. 집으로 게스트가 찾아오니 대화 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리고 차차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쌓다보니 생기는 위안감과 소속감은 덤이다. 처음 입을 뗄 때 어눌한 영어 발음에 입을 닫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를 친구같이, 가족같이 대하는 게스트들을 통해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유머를 던지는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의식주를 영위한다고 살아있는 게 아님을, 인간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경험했다. 나와 아내는 어렵게 얻은 두 번째 직업을 귀하게 여기며 감사하고 있다.

미네소타에 사는 내 친구, 데이브 부부

우리 집에 온 게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데이브와 클레어다. 그들은 예순이 다 된 노부부였다. 한국에서 치를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미국 미네소타에서 서울까지 날아왔다고 했다.

관광을 목적으로 온 게 아닌 터라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집에서 우리와 수다를 떠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오전 7시, 아침 식사를 하며 시작된 이야기는 정오가 될 때까지 끊이질 않았다. 데이브와 나는 야구 경기를 보는 걸 좋아해 메이저리그를 함께 시청했고 클레어와 아내는 근처 마트를 둘러보았다. 우리는 클레어 부부가 평소 미네소타에서 즐겨 먹던 생강 쿠키를 함께 만들어 먹기도 했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생강을 손질한 다음,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쿠키의 바삭함과 향긋한 생강 향이 아직도 입에 맴도는 듯 하다.

미네소타로 돌아간 데이브 부부는 우리를 위해 직접 만든 메이플 시럽을 선물로 보내오기도 했다. 부부의 사진으로 만든 엽서에 ‘한국에서의 모든 추억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고 적은 편지와 함께. 이런 예상치도 못한 선물은 호스팅을 하면서 누리는 또 하나의 설렘과 기쁨이다. 언젠가 친구네 집 부엌을 차지하고 넷이 둘러앉아 정오까지 수다를 떨기 위해 미네소타를 찾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 즐기는 살아보는 여행

우리 집을 방문하는 게스트는 대체로 진짜 서울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려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학교나 가족 때문에 이 동네에 찾아왔지만, 곧 우리 동네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우리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여행 방식은 우리가 예전부터 해오던 것과 꼭 닮았어. 조용한 지역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현지인의 식습관이나 문화를 살펴보는 거.”

“맞아요, 여보. 미국 여행을 간다면 작은 시골 마을에 가서 그 동네에 동화되어 보는 게 진짜 여행이죠! 우리 동네는 서울 사람들의 일생을 체험하고 갈 수 있는 곳 같아요.”

때때로 게스트와 함께 집앞을 산책하며 동네 이곳저곳을 소개하거나, 집 앞 맛집에 대해 요모조모 이야기하면 서로 시간 가는 줄 몰라 한다. 나의 두 번째 직업은 지역 사회의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통적인 관광지가 아닌 곳으로 서울 관광의 지형을 넓히고 있으니 말이다.